글번호 :
214534
조회 :
827
글쓴이 :
김형래
작성일 :
09.03.18
게시물 내용
[숲나들이]-나무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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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이 뒹구는 계절이면 항상 생각나는 시다. 숲은 온통 낙엽으로 덮여 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낙엽은 사각거리며 부서진다. 낙엽 밟는 소리를 들으며 산길을 걷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허공을 맴돌며 떨어진 낙엽은 나무 주위에 수북하게 쌓여 있다. 미처 정착하지 못한 낙엽은 방황하는 청소년처럼 바람이 불 때마다 함께 휩쓸려 다닌다. 그 모습이 마치 적진을 향해 돌진하는 병사들 같다.

낙엽은 아이들에게 즐거운 놀이거리다. 낙엽을 수북하게 쌓아 놓고 그 위에서 뒹굴기도 하고, 이불처럼 덮기도 한다. 팔로 한 아름 들어 날리는가 하면 발로 차면서 이리저리 뛰어 다닌다. 마냥 웃고 뛰노는 아이들을 보면 숲은 우리에게 물질적인 혜택만 주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놀이터 하나 변변찮던 시절에는 논과 밭 그리고 산이 바로 놀이터가 아니었던가.

예전에는 마당이나 정원에 떨어진 낙엽을 쓸어 모아 불을 태웠다. 그 시절 없어서는 안되는 소중한 자연의 선물이었다. 마당 한 구석에서 하얗게 피어오르는 연기는 마치 램프의 요정이 나올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나뭇잎을 태울 때 나는 향기 또한 기억 속에 아련하다.

나뭇잎은 지난 여름 나무를 위하여 부지런히 광합성을 하였고, 가을철엔 화려한 색으로 치장하였다. 이제 마지막 서비스로 낙엽 밟는 즐거움을 주면서 임무를 마치고 있다. 마지막 남은 영양분마저 빼앗긴 낙엽은 숲 속의 작은 생명체에 의해 분해되어 다시 흙으로 돌아가고, 또 다시 나무에게 영양분이 될 것이다.

나뭇잎은 토사구팽 당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내년이면 다시 새롭게 태어날 것이다. 그렇기에 억울해 하지도 않고 어느 것 하나 미워하지 않으며 순순히 자연의 순리를 따르고 있는 것이다. 윤회의 삶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친구야, 낙엽이 속살거리는 밤이면 낙엽을 방석삼고 잔 속에 가라앉은 달을 안주삼아 술 한 잔 하자.

설연수<생명숲학교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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