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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염승학
작성일 :
09.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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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산림청 ‘노숙인 숲가꾸기’ 사업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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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출신인 전모(45)씨는 요즘 같은 불황에 일을 하고 있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다. 전씨는 강원도 동해시 조그만 설계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의 작업장은 강원도 인근 산들이다.

10년 전 외환위기 시절 다니던 전자부품회사가 부도 나 일자리를 잃었던 때를 떠올리면 지금은 하루 하루가 행복하다. 당시 그는 가족과 떨어져 서울 영등포역 쪽방을 전전하며 하루 벌어 하루 버티는 신세였다. 일감을 구하지 못할 때는 길에서도 밤을 지샜다. 그러던 중 2003년 서울시와 산림청이 공동으로 실시한 숲가꾸기 사업을 알게 돼 참여를 신청했다.

전씨는 6일 "인제로 내려가 벌목을 하는 일을 맡았는데 그때는 매일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중요했다"고 말했다. 14㎏이 넘는 기계톱을 들고 나무를 베는 일은 고됐다. 파스를 몸에 달고 살았다. 하지만 한 달 뒤 114만원의 월급을 손에 쥐자 희망이 생겨났다. 일이 힘들어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그는 4년을 묵묵히 나무와 씨름했다. 그는 2007년 산림기사 자격증을 딴 뒤 설계사무소에 취직해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전씨는 "산에서 여유를 찾았다"며 "포기하기보다 무슨 일이든 꾸준히 하면서 자활 밑거름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씨는 서울시가 노숙인들의 자활을 유도하기 위해 1999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노숙인 숲가꾸기 지원사업′의 성공 사례다. 숲가꾸기 사업에 참여한 노숙인들의 10%가량이 전씨처럼 자활에 성공했다.

2003년 산림청과 첫 도급계약을 맺은 뒤 지난해까지 513명이 ′숲가꾸기 사업′에 참여해 80억2000만원어치를 수주했다. 54억원의 순이익도 냈다. 개인별로 월평균 114만원, 연 소득 1370만원을 번 셈이다. 큰 돈은 아니지만 노숙 생활을 청산할 수 있는 밑천이 되기엔 충분하다.

서울시는 숲가꾸기 사업에 참여할 자활영림단원을 수시로 모집하고 있다. 노숙인 쉼터 입소자를 우선 선발해 이들의 자활을 돕는데 주력하고 있다. 선발된 단원은 인제, 영월, 울진, 봉화 등 4개 지역에서 국유림 심기와 가꾸기, 간벌, 병해충 방제 등을 맡게 된다.

서울시 복지국 배영수 자활보호팀장은 "지금까지 숲가꾸기 사업에 참여한 513명 가운데 총 52명이 자활에 성공했다"며 "노숙 생활을 정리하고 가정으로 돌아가거나 현지에 정착해 취업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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